책가도로부터 WJ 2018 합판, 옻칠 102×137×200cm, 108×115×20cm

이미혜 작가는 전통 컨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수가 놓인 보자기, 조각보, 민화 등 2차원의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3차원의 입체물로 진화시킨다. 진화의 과정에서 가구작가 특유의 관점이 작동되면, 평이하고 단조롭던 평면들은 두께・기울기・부피가 다른 기하형체가 되어 공간을 담는 수용체(container)로 변신한다. 거리를 두고 시선의 끝에 있던 표상이 손끝에 닿는 실체로 승화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책가도로부터WJ는 조선후기의 민화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18세기 후반 조선, 왕실화가들이 그려 정조가 애용한 책가도는 점차 사대부로 확산되었고 19세기 이후에는 민가에도 한 두폭의 책가도가 성행하였다. 책가도의 특징은 서양화식의 투시원근법을 바탕으로, 그림을 보는 주체와 대상의 위치가 바뀌는 즉 그림이 관람자를 바라보는 역원근법과 후기로 갈수록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책장을 그린 다시점의 구도가 강화된다. 이미혜 작가는 후기 책가도에서 나타나는 다시점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작가가 2년 전부터 연구를 해오던 책가도로부터WJ는 여러 개의 박스가 쌓여 만들어진 벽면에 설치되는 선반이자 수납의 기능을 갖춘 벽걸이 가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직선 형태의 박스들이 아닌 각각 다른 각도의 면들이 모여 하나의 모듈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가도로부터WJ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크기의 여러 수용체들에는 이들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시점들이 한 작품에 모이면서 평범한 수직 수평의 벽장에는 활력이 더해진다. 하나의 시점에서는 뭔가 불편해 보이는 이 선반은 원근법이라는 고정된 시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도에서 가구를 바라보는 시점들을 수용하고 있다. 이점은 다시 기존의 가구가 주로 사용되었던 형식인 정면의 역할을 부정하고 이를 확대시켜, 다양한 각도로부터의 접근성을 허용하는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작가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혜

위디자인, 리오갤러리 대표

교육
  • 2008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 박사수료, 서울
  • 2004 홍익대학교 가구디자인전공 석사, 서울
  • 1987 홍익대학교 공예과 학사, 서울
개인전
  • 2016 박사학위청구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 2013 Now & Traditional, 구마모토 전통공예관, 구마모토
  • 2009 GOOD WISHES, 갤러리 콘린, 도쿄
그룹전
  • 2017 스푼 아트쇼, 킨텍스, 경기
  • 2017 매터 앤 매스, 가나아트센터, 서울
  • 2014 아트 에디션, 한가람미술관, 서울
  • 2014 대구아트페어, 대구
  • 2013 한국가구학회 작품전, 킨텍스, 경기
  • 2012 친환경가구전, KCDF 갤러리, 서울
  • 2012 한중교류전, 금산갤러리,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