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홈파기 항아리 2017 백토, 투명 유약, 환원 소성 23(ø)X23(h)cm

한 나라의 전통은 누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주되고, 현대인들은 새로움을 찾아 전통에 시선을 둔다. 그렇게 전통에서 현대에 맞는 몸을 얻고 지금 시대에 유의미한 정신을 찾아낸다. 이영호는 지난 30여 년간 담백하고 단정한 멋을 구현한 조선백자의 미감을 현대에 맞게 구현하는 작업에 오롯이 몰두해 왔다. 이러한 작가의 백자는 조선 선비들이 추구하던 고아한 정신세계를 연상시킨다.

이영호는 동년배 작가들이 미국 현대 도자의 영향으로 도조 작업에 몰두할 때 오히려 생활 용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용성을 염두에 둔 간결하고 기품 있는 일상 기물 제작에 집중했다. 작가는 현대의 생활 용기도 조선의 문방사우(文房四友)처럼 격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형태와 장식을 꾸준히 연구했고,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간결한 형태와 선으로 조선백자의 미감을 현대 기물에 담고 있다. 작가는 백자의 단아함과 검박한 아름다움, 부드러운 질감을 담은 작품들이 개성 강한 현대인들에게 각자의 미감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작가는 같은 흰빛 안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 내는 한국인들의 예민함을 말한다. 그만큼 백색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색이기도 하다. 이러한 백색과 코발트 안료의 조합, 간결한 형태, 그리고 최소한의 문양이 이루는 조화는 이영호가 구축한 백자 세계의 특징이다. 특히, 순백의 기물에 코발트 안료로 간결하게 덧댄 빗살무늬나 눈꽃 송이 같은 푸른 점은 그의 대표적인 장식 요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선비 문화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백자 문방사우>와 어느 한 곳 빠지거나 모자람 없는 균형미를 갖춘 <백자 면치기 항아리> 등을 선보인다. 고전미를 세련되게 표현하며 따뜻한 감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은, 크기나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조선백자 안에서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찾아내고 이를 현대 일상에 부활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대변한다.

이영호

학력·경력
  • 1987유산요 설립
  • 1985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학사
주요 단체전
  • 2016한국 도자의 색과 형태, 파엔차 국제 도자 박물관, 파엔차, 이탈리아
  • 2015코리아 나우!, 장식미술관, 파리, 프랑스
  • 2012한국 현대 도자; 명품 프로포즈, 이천세계도자센터, 이천, 경기도
  • 2011설화문화전; 가설의 정원, 비욘드뮤지엄, 서울
  •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 기념 특별전, fnart 스페이스, 서울
주요 수상
  • 2008광주 백자공모전 은상
  • 2007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