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피(心皮) HK ceramics, 10×15.5×14cm 도자 2014

중세 길드에는 수작을 선보인 도제가 낯선 도시의 마스터들을 찾아다니며 상급 수작을 선보이고 스스로 마스터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저니맨(journey- man)’이라는 단계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 영국의 도자 문화를 두루 경험한 김혜정은 자신을 ‘저니 포터(journey potter)’라고 소개한다. 김혜정에게 이 문화에서 저 문화로 이동하는 일은 협업과 그로부터 얻는 창작의 자유를 뜻한다.

도예가로서 오랜 작업 끝에 자신의 손으로 완성할 수 있는 기물의 형태를 확인한 후, 김혜정은 디자이너로서 일본 가고시마에 있는 심수관요의 장인들, 또 네팔에서 대대로 도공들이 살아온 티미 마을의 장인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심수관 도자기(Chin Jukan Pottery)’와 ‘티미 세라믹스(Thimi Ceramics)’라는 식기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 협업 프로젝트들은 심수관요와 티미 마을의 오랜 시스템에는 새로운 활기를 주었고, 작가에게는 자신의 디자인으로 만든 그릇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김혜정은 심피(心皮)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심피는 종자식물에서 밑씨를 감싸고 있다가 종자와 함께 성장한 후 껍질로 변하는 부위를 말한다. 무엇을 담거나 감싸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그릇의 역할도 이와 유사하다. 모든 그릇은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이 꼭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작가는 기억이나 마음, 정신이나 기운도 그릇이 담고 나눌 수 있는 가치라는 데 주목해, 얼핏 보면 쓰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 그릇의 형태로 ‘기(器)’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Biography

1969년 도쿄 출생. 서울 거주.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예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2006년까지 영국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고, 첼시 크래프츠 페어에서 ‘Best Domestic Products’(2005)를 수상했다. 도쿄예술대학 박물관, 필라델피아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개인전으로 CARPEL: 심피 心皮 (정소영의 식기장, 서울, 2014), Journey Pots(펭귄갤러리, 이시가키, 2013), Machapuchare(갤러리 메쉬, 서울, 2013), Hyejeong KIM ceramics(갤러리 리브레, 도쿄, 2012), CARPEL: 심피 心皮(이도갤러리, 서울, 2011) 등을 열었고, 단체전으로 Delicious Design (드로스 앤 샤퍼, 뮌헨, 2016), Hyejeong KIM Ceramics(요한센 갤러리, 베를린, 2015), Ceramic Art London (영국 왕립예술학교, 런던, 2015), The Coffee Makers(아름지기, 서울, 2014), Hidden Match(사우디아라비아국립박물관, 리야드, 2013), Summer Show(어스킨, 홀 앤 코, 런던, 2013), Ceramics Now(블루 코트 디스플레이 센터, 리버풀, 2013)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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