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그리다 90×75cm 면 위에 자수 2005 2005년 7월 런던 화이트채플에서 7파운드에 구입

홍영인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공업용 재봉틀을 이용해 반 수공, 반 기계 자수 기법으로 꽃 드로잉을 이어 왔다. 이것은 작가가 수년간 배우고 개발해 온 기법이다. 연작 「꽃을 그리다」는 「꽃 드로잉을 위한 선언문」으로 시작하는데, 자수로 쓴 열 개의 문장에는 작가가 꽃 드로잉을 하는 이유와 원칙,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태도가 담겨 있다.

공업용 재봉틀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덕분에 1960~1970년대 초기 산업화를 거치면서 한국의 많은 봉재 공장들은 도심의 저소득층 여성 노동력을 대거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조 기업들은 싼 노동력을 찾아 끊임없이 세계 경제의 변방으로 생산 기지를 이동했고, 컴퓨터 자수가 등장하면서 공업용 재봉틀을 이용한 기계 자수는 그 설 자리를 잃었다.

홍영인은 이러한 재봉틀을 근대적 수공예로 인식하고, 회화·조각 등 서양에서 시작한 순수 미술의 언어들 대신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여성들의 일상과 노동에 밀착해 있던 공업용 재봉틀을 작업 도구로 택해 꽃을 그리면서, 소유할 수 없는 것들과 소멸하는 것들, 그리고 유한한 존재들의 시간을 기록한다. 그런 점에서 꽃 드로잉은 작가의 생산(창작)과 사회를 연결 짓는 과정이자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신이 살고 일하는 공간에서 꽃을 사고 그 꽃이 시들기 전에 드로잉을 마침으로써 작품 속에 자신의 일상 리듬을 반영한다. 또 이를 생계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홍영인의 꽃 드로잉이 드러내는 시간성은 상품을 사고파는 산업적·경제적 시간성과는 대조를 이룬다.

Biography

1972년 서울 출생. 런던 거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조소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를, 미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도리코 현대미술작가 지원프로그램(2012)에 선정됐고, 김세중 조각상(2011)과 석남미술상(2003)을 수상했다.

개인전으로 A Fire that Never Dies(시실리아 힐스트롬 갤러리, 스톡홀름, 2016), Young In Hong, 6/50 fig-2(ICA 스튜디오와 극장, 런던, 2015), 꽃의 기만(신도리코 문화공간, 서울, 2013), 도시의 리츄얼: 제스츄어(아트클럽 1563, 서울, 2012) 등을 열었고, 단체전으로 [ana] please keep your eyes closed for a moment(마라야 아트 센터, 샤르자, 2015), 터전을 불태우라(광주비엔날레, 광주, 2014), 스펙트럼–스펙트럼(플라토, 서울, 2014), 기울어진 각운들(국제갤러리, 서울, 2013), Korean Eye(사치 갤러리, 런던, 2010) 등에 참여했다.

www.younginh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