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시간 080406-1 18×130×65cm 아바카에 쪽 염색, 재봉틀 바느질 2008

연작 「늘어난 시간」은 바나나 껍질에서 얻은 섬유 아바카(abaca)를 소재로 한다. 1980년대부터 섬유라는 소재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밀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2003년부터 이 재료를 길들이는 데 집중해 왔다. 작가는 연작 「늘어난 시간」에서 육면체를 사람의 몸을 가장 단순화한 형태로 보고 평면의 천 조각을 연결해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공간을 반복해서 확장하면서 육면체의 몸 안에 마음을 조형한다. 성근 아바카 조각들을 연결해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지난하게 반복하는 바느질도 그렇거니와, 한두 번 염색으로 진한 색을 내는 대신 염색을 서른 번 정도 반복하며 깊은 쪽빛을 얻는 과정은 고된 노동이자 손을 사용한 반복 작업이 내적 수양으로 이어지는 공예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바느질이라는 행위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이 정화됨을 느끼는데, 이러한 경험은 삶의 자세에 영감을 준다. 마음의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고 나면 눈앞에 있는 대상도 자연스럽게 마음과 어우러지며, 그렇게 몸과 마음이, 작품과 작가가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장연순의 작품에는 동양의 선(禪)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동양 미학에서 비어 있음은 없음이 아니라 욕심과 번뇌를 지운 고요한 상태를 뜻한다. 작가는 연작 「늘어난 시간」을 통해 비움으로써 온전해지는 ‘텅 빈 충만’의 공간을 구축한다.

Biography

1950년 서울 출생. 서울 거주.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생활미술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섬유예술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명예 교수이다. 독일 ‘유니크 베스트 9’(2010), 국립현대미술관 ‘ 올해의 작가’(2008)에 선정됐고, 목양 공예상(2007), 한국공예가협회상(1994) 등을 수상했다.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호놀룰루미술관, 시카고미술대학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늘어난 시간 Ⅱ(갤러리 이마주, 서울, 2010), 이 여름을 쉬어간다(보우뷰, 서울, 2010), 올해의 작가 2008(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8), 늘어난 시간(토포하우스, 서울, 2007) 등 16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Art Geneve (갤러리 엘비스 앤 엘비스 크래프트, 제네바, 2016), Korea Now(장식미술관, 파리, 2015), COLLECT(사치 갤러리, 런던, 2015), SOFA NY(파크 애비뉴 아모리, 뉴욕, 2012) 등 국제 페어와 단체전에 250여 회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