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ggi Pottery (Earthenware) · 곤쟁이 옹기
107 × 25 × 25 cm / 104 × 25 × 25 cm

우리가 옹기를 언제부터 만들어 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 산과 들,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옹기를 제작하였고, 일상생활에서 식기나 저장용기 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너무 중요하지만 흔하고 익숙한 생활용품이었던 옹기는 한때 그 가치가 폄하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우리 삶 가까이에 남아있다. 주거환경이 현대화되고 도시화되어도 발효 및 저장식품을 근본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생활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투박하고도 자연스러운 옹기의 아름다움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옹기장이 이현배는 현대적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옹기의 조형적 가치에 일찍부터 눈을 뜬 작가 중 한 명이다. 전통의 관점으로 현대를 해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옹기의 쓰임새를 확장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그 덕분에 한식 상차림의 반상기 세트와 양식기 세트, 일상 소품들이 옹기로 태어났다.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현대적 식생활에 맞는 한식 양식 겸용 식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옹기의 조형미에 현대적 쓰임새를 결합시키는 작업으로 옹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문화재청 나주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한 영산강 유역 대형전용 옹관의 고대 기술을 복원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흙을 먹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농부가 되고 싶었던 그가 옹기와 만난 것은 10여 년 전인 1990년대 초이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청소년기를 거쳐 경희호텔 경영전문대학를 졸업한 그는 우연한 인연으로 서울 힐튼 호텔의 쇼콜라티에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진정 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그곳 로비에 설치되어 있던 헨리 무어의 작품을 계기로 조각예술의 가치에 눈을 뜬 그는 조소학원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해답이 아니었다. 6년째 되던 해, 여행길에 전남 벌교의 징광옹기에서 옹기 스승들과 운명처럼 만났다. 그 인연으로 한 평생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지키는 활동을 했던 고 한창기 선생의 가르침도 받게 됐다. 징광에서 도제학습 3년, 문경 영남요에서 6개월을 배운 그는 물(그의 아들 이름도 물이다)이 가까운 곳을 찾다가 섬진강 상류가 가까운 전북 진안의 솥내마을 옹기가마 터에 정착하고 ‘손내옹기’를 구워내기 시작했다. 그곳이 조선시대 유명한 도기터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통 옹기의 본질을 찾으며 자기만의 길을 찾은 덕분에 전통 방식과 현대적 조형의 쓰임새를 갖춘 그의 옹기는 금새 유명해졌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혹은 작업과정에서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삶의 모순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몸으로 부딪쳐가며 그 해답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는 자신의 옹기작업이 과연 무엇인지 해답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를 찾아가기도 하였다.

예전의 옹기장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는 그는 옹기 중에서 젓갈을 담아놓는 젓 독의 현대적 조형성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 새우젓 독은 바다에 나가 즉석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어서 수납하기 좋게 밑이 좁아 사선형을 이룬다. 곤쟁이젓 독은 해안가에서 잡은 것을 집에서 담기 때문에 바닥이 넓고 일자형을 이룬다. 이런 전통적인 모양의 옹기를 현대적으로 오브제화한 작품이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Biography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에서 태어났다. 호텔전문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힐튼호텔에서 파티시에로 6년간 근무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뿌리 깊은 나무」 의 발행인 한창기의 칼럼과 종합 인문 지리지「한국의 발견」를 만나 전통문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깊어져 떠난 여행길, 전남 벌교에 위치한 징광옹기를 만났고, 그곳에서 인생의 멘토인 한창기와 스승인 박나섭을 만나 옹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1991년부터 박나섭 옹기장으로부터 3년간 도제학습을 받았고, 문경 영남요 김정옥 사기장으로부터 도제학습을 받았다. 1994년 <박나섭 이현배 스승과 제자전>, 1998년 <그릇전>(박여숙 화랑), 2003년 <서울 베스트 디자인전>, 2006년 <차향 속의 삶과 예술>(광주 의재미술관), 2007년 <한국전통공예전(뉴욕 UN본부), 2013년 <한국공예전>(사우디아라비아 국립박물관), 2014년 <공예가 맛있다>(문화역서울 284)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작품 소장처로는 LA 한국문화원, 폴란드 바르샤바 한국문화원 등이 있다. 2007년 유네스코로 부터 수공예분야 우수상(Award of Excellence for Handicrafts)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문화재청 한국 전통문화학교에서 주관하는 ‘전통공예 기술보존 및 개발을 위한 전통문화 (옹기)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및 ‘2009년 영산강유역 대형전용옹관고대기술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2010년 재단법인 예올에서 주관하는 옹기식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흙으로 빚는 자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