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lhwa Bunchung Jar · 철화분청
48 × 33 × 33 cm

조선시대의 철화분청사기는 예로부터 상감청자, 청화백자와 함께 ‘한국도자 삼절’로 이름이 높았다. 전통적으로 철화분청 사기는 계룡산 일대에서 나오는 백토 분장 위에 지역의 산화철을 갈아 만든 안료를 써서 붓으로 겉면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검붉은 태토를 숙성시켜 도자기 모양을 만드는데 그 모양부터 범상치 않다. 매끄럽고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뒹구는 바위 모양, 돌덩어리 모양처럼 비대칭이다. 적당히 건조시킨 다음 귀얄로 막걸리색이 나는 분장토를 바르고 그 위에 선명한 먹쑥색 산화철로 무늬를 그려 넣는다. 검붉은 태토의 느낌과 비대칭의 형태, 힘찬 필력의 일필휘지로 강하게 그려 넣은 이미지가 살아있는 철화분청사기는 대부분 이름 없는 사기장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았던 이들이다. 남의 비판을 의식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그들은 자연의 심성을 닮았고, 문양의 주제나 표현에서도 대담 하게 생략한 반추상의 그림들을 담은 그릇을 만들었다. 민중예술의 생기와 익살이 넘치는 자기는 질박한 막걸리 같고, 억눌린 감정을 쏟아 부었으니 거친 듯 선량하다.

도예가 이수종은 투박하고 순수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의식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던 철화분청사기를 자신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가장 잘 표현해낸 작가이다. 그의 분청작업에서 우리는 조선의 철화분청사기를 통해 익숙 해진 자연미와 대담하게 덧바른 화장토 사이로 드러난 선각과 철화의 거침없는 표현을 보게 된다. “흙은 단순한 재료이기 이전에 우리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무리한 조형의 지나 표현의 욕구를 드러내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로 받아 들이고 자연과 일체가 되려는 마음가짐이 그릇을 만드는 이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 흙에 대한 원초적 회귀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담아내는 흙의 예술가로서 그는 즉흥적이거나 감각적인 흥취 뿐 아니라 흙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하고 인지하며 흙에서 작품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가 분청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과 닮아서였다. 활달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거친 듯 입혀진 백화장토 위에 간략하고 대담하게 표현된 선각과 철화의 표현이 자신의 심성과 일치 함을 느꼈다고 회상한다. 현란한 기교를 부리거나 요령을 부릴 줄을 모르는 그는 오랜 시간의 노동과 훈련을 필요로 하는 작업 과정을 농부의 그것과 비유하곤 한다. 농부가 땅을 일궈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없이는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자연에 순응 하는 농부의 지혜와 마음가짐으로 흙을 받아들이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만들어진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에너지는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자신의 작업을 농사에 비유하지만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원대한 포부도 없이 그저 평범한 어린 시절을 거쳤고, 부친을 일찍 여읜 까닭에 어려운 청소년기를 지나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천성적으로 말이 없고, 논쟁에 끼어들기를 싫어하며 그저 좋은 작품을 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Biography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1년 홍익대학교 공예과를, 79년 동대학 산업 미술대학원 요업 디자인과를 졸업하였다. 졸업 후, 목원대, 상명대, 홍익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미술대학 도예과 강사를 역임하였다. 1981년 서울 관훈미술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삼풍 갤러리,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미 갤러리, 조현 화랑, 송아트 갤러리, 이도 갤러리 등 한국의 주요 갤러리에 서 30여회 개인전을 가졌고, 2004년 <동아시아 국제도예 교류전>, 2005년 <프랑스 도자전>, <한국현대도자 미국 순회전>, 2006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유럽순회전> 등 다양한 국제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총 9차례의 수상 경력과 <동아 공예대전>에서 입선, <국제소형 도자 트리엔날레> 명예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주요작품은 영국 빅토리아알버트뮤지엄, 캐나다 왕립온타리오박물관, 타이페이 시립미술관, 북경 중국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이랜드 문화재단, 국립민속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밀알미술관, 아주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