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querware · 채화칠 발우
12.5 × 24.5 × 24.5 cm

경남 통영은 예로부터 어업을 생계수단으로 삼아 삶을 일궈 왔다. 400년 전부터는 바다에서 나오는 빛 고운 조개껍데기를 오려내어 박아 장식한 나전칠 공예가 지역특산품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나전칠은 어업 다음으로 중요한 산업이 된다.

양유전 선생은 한국 나전칠의 본향으로 그 전통의 맥을 이어 오고 있는 통영에서 태어났다. 당시 통영은 나전칠의 전성기를 맞았고, 자연히 재능있는 청소년들은 망설임 없이 나전칠 분야에 입문했다. 양유전 선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17세였던 1967년 전재룡 공방에 입문해 나전칠기를 전수받던 중 중요무형문화재 나전장 김봉룡 선생을 만났다.

일사 김봉룡은 갓 만드는 일로 출발하여 나전장으로 입문한 후 정교한 줄음질 작업과 도안으로 한국 전통 나전칠 분야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다른 장인들과 달리 기물에 들어가는 도안에도 남다른 재능과 실력을 갖췄던 선생은 전통 칠 분야에서 칠화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그림에 소질과 끈기가 있는 양유전에게 칠화의 길을 가도록 권유했다. 1974년부터 김봉룡 선생의 칠부에 입문해 본격적으로 칠화칠 기를 전수받기 시작한 양유전은 이듬해부터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77년 인간문화재공예작품공모전에 처음으로 칠화칠기를 출품해 장려상을 받으며 전통 칠화의 부활을 예고했다.

칠화는 역사가 낙랑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역사적 유물이나 전통의 맥이 미미했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장인도 많지 않아 이렇다 할 스승도 없었다. 이처럼 외롭고 고달픈 길을 양유전은 40여 년 간 홀로 개척해왔다. 전통기법을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낙랑시대와 중국 한나라 등의 역사적 자료를 연구하고 기예를 연마했다. 양유전은 40여 년 전 통영에서 활동 하다 품질 좋은 칠이 생산되는 원주에 정착한 스승을 따라 강원도 원주로 터전을 옮겨 작업하고 있다. 15년 전부터는 역사적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도안을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전통 칠화는 선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선묘를 기본으로 한다. 칠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칠의 농도, 발색, 화필의 사용, 선의 구성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에 대한 특성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단숨에 그림을 그려내기보다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결과는 단숨에 그려낸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여야 한다. 오랜 연구와 단련을 통해 완성되는 양유전의 작품은 전통 칠화의 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동시에 세련되고 생동감이 넘친다. 색깔과 선의 흐름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아도 부족함이 없다. 온화하고 아름다운 작품은 그가 지금까지의 수많은 고민과 고통을 초월해 자연의 무위에 도달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Biography

1950년 나전칠기의 고장인 경남 통영 출생으로, 전재룡 씨 공방에 입문해 나전칠기 제작기법을 전수받았으며, 칠이 좋아 스승인 일사 김봉룡 선생을 따라 원주에 정착하고, 스승으로부터 ‘칠기의 원형으로 꼽히는 중국 한나라의 낙랑칠기(칠화칠기)를 우리 것으로 만들라’는 필생의 과제를 받아 1970년대부터 이 과제를 그의 작업의 중심으로 삼고 칠화칠기를 되살린 장인이다. 1977년 인간문화재 공예작품 전시공모전에 칠화벽화문 쟁반으로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일본 이시가와 국제칠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내 칠공예의 대가로 손꼽히고 있다. 칠화칠기는 색깔이 들어간 옻칠 기물로 신라 천마총에도 나올 만큼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자개를 쓰는 나전칠기에 밀려 그 명맥이 끊겼다. 그는 칠화칠에 담긴 역사와 기법을 연구하면서 15년 전부터 직접 도안을 시작하여 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