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6 · 0416
14 × 5 × 5 cm

8000년에 이르는 한국의 도예역사는 시대마다 독창적인 문화 를 형성해왔다. 그 가운데 뛰어난 아름다움을 가진 양식으로 고려(918~1392)의 청자, 조선(1392~1910)의 분청사기와 백자가 꼽힌다. 비색의 아름다움이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쳤던 청자에서 변화한 분청사기는 14세기 말 태동해 16세기 중반까지 백자와 함께 생산되다 차츰 백자가 우세해지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소박함과 고졸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다양한 기법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청은 5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현대 도예가들의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고 있다.

분청은 청자의 태토로 형태를 만들고 표면에 백색을 내는 화장토를 발라 다시 구워내 회청색 또는 회황색을 띤다. 태토의 거칠고 부드러운 느낌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분방함 이나 여러 장식기법의 교차를 통해 얻은 서로 다른 질감의 중첩, 과장과 생략을 통한 변형과 변주와 같은 분청 고유의 특징들은 현대미술의 관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미적 태도임이 분명하다.

도예가 박성욱은 분청의 재료적 특성을 반복과 집중을 통해 작품에 적용시킴으로써 그 표현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재료의 탐구에서 시작한다. 거칠지만 따뜻한 질감의 태토로 모양을 만들고 반건조시킨 뒤 그 위에 물에 푼 백색 분장과 얇은 유를 거듭 씌운다. 그는 이런 덧씌우는 과정을 통해 의도하는 재료 고유의 질감을 얻어낸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것은 분청의 분장기법이 가져오는 레이어의 효과이다. 흙속에 흙이 비쳐 보이고, 그 안으로 흙이 존재를 드러내는 레이어들을 통해 깊이 있는 질감 표현은 물론 풍부하면서도 정제된,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한다. 그는 가장 효과적으로 레이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덤벙 분청 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덤벙분청은 그릇 굽을 손으로 잡고 백토 물에 덤벙 담갔다가 구워낸 분청사기라 해서 명명된 것이다. 덤벙은 백토 물의 농도를 조절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만 단 한 번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백자가 매끄 러운 유리건물이라면 덤벙분청은 같은 흰색이라도 소박하고 담백한 흙벽과 같다. 다른 분청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교 에서 벗어나 묵묵하고 담백하게 오로지 흰색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덤벙 분청의 절제된 미감은 박성욱의 작품을 감상 하는 포인트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전통 가마를 짓고 작업해온 그가 요즘 조형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탑이다. 그가 덤벙분청 기법 으로 만든 큰 항아리와 덤벙분청탑을 통해 드러나지 않고 넘치 지도 않는 조용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iography

1972년에 태어나, 1997년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에는 동 대학 조형대학원 도자과를 졸업하였다. 주요 참여전시로는 2001년 <몬티첼로갤러리개관기념초대전>, 2002년 <한일 도자 생활 문화교류전>, 2003년 <세계도자비엔날레 4-F 페스티벌>, <한국현대 도예전>(오사카 국제 교류센터), 2004년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전> (조선관요박물관, 현 경기도자박물관), 2008년 <한반도 근현대 도자의 향방> (경기도 도자박물관), 2010년 <국제도예전>(중국 경덕진), 2009년 <법고창신>(경기도 도자박물관), 2011년 <한중 도자예술교류전>, IAC총회의 초청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한국 현대도자특별전>, 2014년 <차, 즐거움을 마시다>(경기도 도자박물관) 등이 있다. 2006년 제3회 토야테이블웨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아름다운 우리도자기전에서 입상하였다. 작품 소장처로는 세계생활도자관, 세계도자센터, 경기도자박물관, 국제도예전시관 등이 있다. 현재 강릉원주 대학교 산업공예학과, 전통문화학교 공예과, 국민대학교 도예과에서 강의를 하며 양평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