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chung Box · 분청인화문합
34 × 35 × 35 cm

노경조는 ‘연리문 자기의 대가’로 불리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연리문은 갈색 대리석과 같은 느낌의 자연 스러운 무늬를 가리킨다. 연리문 자기는 백토, 청자토, 자토를 합쳐서 반죽한 흙을 사용해 빚은 것으로 세 가지 빛깔이 어우러져 대리석과 같은 느낌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당 왕조(618~907)에 기원을 둔 연리문 자기는 고려시대 (935~1392)에 출현해 인기를 누리지만 제작기법이 까다롭고 어려워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던 탓에 13세기에 들어선 자취를 감췄다. 노경조는 오랜 시간에 걸친 이론적 연구와 오래된 가마터에서 수집한 각종 자료들을 바탕으로 1979년 고려 시대의 전통적 연리문 기법을 재현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오래된 도자기 파편들에서 빨강, 흰색, 갈색을 찾아냈고 제대로 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흙의 온도와 습도를 이용한 숙성법을 연구했다. 연리문 기술에 대한 그의 진지한 접근은 전통적인 스타일과 가치를 지니면서 새롭고 특별한 현대적 미감을 지닌 도자기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연리문의 매력은 국내외 도예계의 이목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한국관에 한국현대도예를 대표해 그의 작품 3점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한국 현대도예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연리문은 어느 날 갑자기 운 좋게 얻어진 아이디어가 아니다.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지닌 고가구와 도자기에 대한 관찰, 전통 도예기술의 재현을 위한 오랜 연구, 그리고 장인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1951년 서울 태생인 그는 도예 작업에 앞서 오랜 시간 동안 회화에 심취해있었다. 청년 시절 그의 회화는 모노톤의 색면이 강조된 풍경화와 초상화였다. 난을 치고, 고가구 위에 놓인 도자기를 감상하는 고상한 가풍은 그를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 도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1969년 그는 경희대 요업공예과에 입학하면서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로 도예가 겸 판화가인 정규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고 주로 옹기가마에서 작업을 하였다. 대학원에 들어가 도자기를 깊이 있게 연구하면서 고려시대 상감청자에 대한 석사논문을 완성하였다. 대학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가나자와의 공방에서 공부한 후 가나자와 대학에서 색채 사용과 가스가마 운용기술을 터득했다. 일본에서 가져온 가스가마로 서울 성북동에서 작업하던 그는 한국 도자의 발원지 중 하나인 경기도 광주 분원에 재래식 흙가마를 짓고 작업을 시작 하였다. 1985년부터는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작업을 하는 틈틈이 옛 도요지들을 찾아 오래된 도자 파편을 주워 모아 검토하고 정리 분류하면서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는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 근처에 붉은 색 벽돌로 널찍한 건물을 짓고 작업실과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오른쪽에 는 전통 장작가마를 지었다. 40여 년 작업의 여정에서 흙과 불의 은근하고 끈기있는 조화를 터득한 그는 수 백 그루의 자작나무에 둘러싸여 사색하고 창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Biography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3년 경희대 요업공예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일본 시립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을 수료하였다. 작가는 연리문 도자기의 대가로 유명하다. 연리문은 대리석 무늬를 의미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도예기술로 제작과정의 어려움으로 13세기 이후 사라 졌으나, 이론적 연구와 오래된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도자 파편들을 채집한 뒤 고려시대의 전통 연리문 기법을 재현시키는 데 최초로 성공하여 부활시키고 40년 넘도록 일관되게 작업을 진행해왔다. 1979년 공간사에서 주최한 공간도예상, 1981년 동아미술제 미술상, 서울도예전 장려상등을 수상하였다. 서울 공간 미술관, 미국 버밍험 박물관, 미국 뉴올리언즈 박물관, 영국 갤러리 베손, 일본 문화원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도예비엔날레, 한국도자엑스포 등 10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최근 주목할 만한 전시로는 2011년 <전통과 변환>(영국 빅토리아 & 알버트 박물관), 한국현대도예 유럽순회 전시, 2012년 <한국도자 600년전>(브라질 상파울루 미술관), 2015년 <도자에 마음을 담다>(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뮤지엄)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세인트 피터스버그 미술관, 뉴올리언즈 박물관, 버밍험 박물관, 센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 크리브랜드 현대미술관과 영국의 빅토리아 & 알버트 박물관, 대영박물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었고, 그 외에도 이탈리아 파엔자도예학교, 체코 국립 아시아박물관, 캐나다 왕립 온타리오박물관, 벨지움 왕립 마리몽박물관, 중국 의홍박물관, 중국 경덕진자료관, 일본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이천세계도자엑스포 등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교수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