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quered Brass Tableware set · 옻칠 바름 식기세트
7 cm / 8 cm / 9 cm / 10.5 cm / 13 cm
(in association with Yeol) · 예올기획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 만드는 유기는 궁궐의 진상품이나 불상·종 등의 불교용품 또는 가정의 생활 용품으로 널리 쓰였다. 무색, 무취, 무공해 금속인 유기로 만든 그릇은 음식을 담는 최상의 그릇으로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특히 한국 인의 식탁에 오르는 반상기는 예법을 갖춘 사대부의 식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기로 된 반상기를 정성스럽게 사용 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우리네 여성들의 중요한 의무로 꼽혔다.

1960년대 이후로 유기는 무겁고 변색이 심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으며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에 밀려 사양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기의 아름 다움과 견고함, 고유의 기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유기 제작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 다. 불에 녹인 쇳물을 틀에 부어 만드는 주물 유기, 놋쇠를 불에 달궈 수없이 두드려 만드는 방짜유기, 주물기법과 방짜기 법을 혼합한 반방짜 유기가 그것이다. 특히 경기도 안성은 주물유기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향균, 멸균 기능에 농약 성분이나 독성분을 가려내는 특수한 기능 때문에 궁중에서는 음식을 담는 반상기로 사용하였고,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제사로 여겨졌던 종묘제례나 사직대제는 물론이고 여러 문중 에서 제례시 사용하는 제기는 대부분이 유기 제품이었다. 사대부나 지방 부호들은 반상기와 제기를

안성유기 공방에 맞춤으로 주문해 제작하였다. 예로부터 안성 유기는 주물과 반방짜 분야에 모두 뛰어나 ‘안성맞춤’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김수영은 안성유기의 맥을 잇고 있는 유기장이다. 유기장 초대 인간문화재였던 아버지 김근수 (1916~2009)의 대를 이어 기능보유자가 됐고 지금은 그의 세 아들이 가업을 잇고 있는 3대에 걸친 전통 공예 가문이다.

김수영은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게 유기 다루는 일 뿐이 었다. 1946년에 안성유기공업사를 설립한 그의 아버지는 60년대에 유기가 급격히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기술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공방들이 문을 닫을 때에도 묵묵히 작업 장을 지키며 전통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1983년 주물유기 기능 보유자로 인정됐고 전승공예대전에서의 연이은 입상으로 전통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는 아들 김수영에게 직접 방짜 망치 두드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끓는 주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현재 김수영은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아들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그는 고궁박물관의 종묘, 영월 장릉의 제기를 복원한데 이어 현충사, 경복궁 건청궁, 돈암서원, 황간향교, 전주이씨 효령군파 종중 제기를 전통 방식으로 재현해냈다. 한편으로는 전통공예가 현대감각과 유행을 비껴가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통을 고수하면서 유기의 현대화, 대중화, 실용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2009년 경기도 안성 봉남동 생가터에 5층 규모의 안성유기박물관을 개관해 한국의 유기 역사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가업이라고 해도 3대가 이어지면 사기업이 아닌 사회적 기업이며, 내가 일군 전통은 나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보존,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재 보호운동을 후원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비영리 단체인 ‘예올’에서 선정한 ‘2013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상을 통해 디자이너 조기상과의 협업으로 유기 테이블 웨어를 제작하였다.

Biography

김수영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인 고(故) 김근수 장인의 아들로 1949년 안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이어 40년째 유기를 만드는 일에 매진 하고 있다. 방짜, 주물, 반방짜로 분류되는 유기 전통공법 중 주물 유기로 1979년 <제 4회 인간문화공예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고, 200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으로 인정되었다. 제기 복원 및 재현 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고궁박물관 종묘제기, 2009년 현충사 제기 및 경복궁 건청궁 생활기물을 제작하였다. 2012년 덴마크 왕세자비 방문 기념으로 코펜하겐 협업전시를, 2013년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 개원 전시> 등이 대표 참여 전시이며, 2013년 재단법인 예올에서 선정한 ‘올해의 장인’으로, 조기상 디자이너와 협업작품을 내놓았다. 현재 안성마춤 유기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를 이어 김수영 장인 슬하에 3명의 아들도 전통 유기 공예의 발전과 계승에 힘쓰고 있다.

조기상

국민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IED 대학원에서 요트 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았다. 재단법인 예올이 선정한 ‘2013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프로젝트를 통해 유기장 김수영과 협업으로 유기 테이블 웨어를 디자인하였다. 조기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유기가 오랫동안 유용 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절제된 구조와 형태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에 디자이너의 감성을 부여하여 제조공정과 재료의 물성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토대로 소재 마감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였다. 유기그릇의 안쪽은 담긴 음식이 더욱 귀하게 보이도록 매끄러운 유광으로, 바깥은 매끄러움, 무광, 거침, 옻칠의 4가지 방법을 제안하여 유기로 하여금 더욱 풍부한 감성을 갖도록 디자인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적 감성에 맞는 유기그릇이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