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querware · 붉은 건칠 오브제
45 × 40 × 80 cm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액을 정제해 재료로 사용한다. 방수, 방부, 방충, 접착력 등의 효과가 탁월하며 광채와 장식성까지 뛰어나다. 옻칠의 역사는 중국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물로까지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서도 수천 년 동안 사용되어 왔다. 옻칠은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반적인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작가들이 활용 함으로써 그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이다.

옻칠은 제작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다른 분야에 비해 시간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보통의 끈기를 가지고는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김설은 옻칠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조형을 추구하고 있는 작가이다. 통영 출신으로 교육자이며 옻칠 작가인 김설은 옻칠의 본질을 파악하여 이를 생명체로 형상화시키는 작업으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탈태기법으로 자신만의 예술적 영감을 살린 형태를 만든다. 탈태기법은 우선 석고나 스티로폼으로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삼베를 바른 뒤 삼베의 눈메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칠하고 건조시키기를 반복한다. 원하는 만큼의 두께가 형성되면 속의 석고나 스티로폼을 빼내고 다시 안과 밖을 갈아서 곱게 만든 다음 여러 차례 칠을 해서 모양을 완성한다. 틀을 만든 후에는 자개로 무늬를 넣고 채화로 장식을 추가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강인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김설은 탈태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작업과정은 어렵지만 완성 시에는 다른 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과 날아갈 듯 가벼움을 지닌다. 작품들은 물체를 담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물건을 담기보다는 생각이나 사고를 담을 수 있는 추상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전통 나전칠기기법을 이용해 만든 부드럽고 탄력 있는 인위적인 형태와 자연의 재료 특성이 어우러져 현대적인 조형미로 완성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기법을 기반으로 새로움을 가미한 그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단단한 형체와 맑고 투명한 색채가 두드러진다. 얼핏 보면 지나 치게 화려해 보이지만 수다스러움이나 잔 기교를 배제하여 시간을 두고 볼수록 담백하고, 도도하게 흐르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만들어내는 반원형은 우주를 상징하며 붉은 옻칠의 색상은 우주의 기운과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설의 건칠 작품은 지극히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 작가는 볼의 부드럽고 탄력있는 인위적 표현을 거친 질감을 지닌 나뭇가지에 올려놓아 극명한 대비를 줌으로써 현대적 조형미를 부각시킨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우주가 그의 그릇 속에 녹아있다.

Biography

통영 출신으로 1978년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와 84년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7년부터 2012년 5년 동안 중국 북경 청화대학 미술대학 객좌교수를 역임하였다. 1985년 동아공예전에서 공예상을, 1989년 대한민국공예대전 대상을 수상하였다. 대상을 수상한 ‘탄생 89’에서 보여준 탈태기법은 삼베를 재료로 하는 협저탈태기법 으로, 석고나 스티로폼으로 원하는 형태를 깎고 그 위에 필로 삼베를 바르고 삼베의 눈메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칠하고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1997년 서울 현대아트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부산 롯데화랑, 가나아트스페이스, 중국 청화대학 미술관, 중국북경 798예술지구, 중국칠예 예술중심, 미국 뉴욕 첼시 모던 준 갤러리(Modern Jun Gallery) 등에서 1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 일본 이타미 시립미술관, 뉴질랜드 아오티센터 등에서 열린 국제적인 그룹전에 수차례 참여하였다. 주요작품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아카데미, 청화대학교 미술대학,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풍해문화재단, 대구대학박물관 등에 소장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