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모시 조각보 가로 60~65cm, 세로 60~65cm, 7점

한여름 대청마루에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듯 창호 문양 수십 개의 조각보가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4>전이 열리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천장에서 일렁이는 이번 작품은 한산모시를 아끼며 오랫동안 바느질 작업을 해 온 분들의 손길이 모여 섬세한 작업 과정을 거치며 완성되었다.

모시는 여름철 옷감이다. 짜기에 좋은 계절도 여름이고, 입기에 좋은 계절도 여름이다. 우리 선조의 지혜로움은 껍질을 벗기면 속껍질(인피)이 나오는 모시풀을 째고 삼아 섬유로 만들어 냈다. 연두색이 도는 빛깔의 희고 투명하며 부드러운 인피를 말리면 뻣뻣한 촉감의 태모사가 되면서, 모시 특유의 뻣뻣하고 섬유질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섬유로 옷을 만들면 촉감이 부드럽고 시원하다. 한산에서는 낮일을 하고 저녁에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는 여성을 ‘모시 짜는 여인들’이라고 불렀는데, 모시 한 올 한 올마다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던 ‘모시 짜는 여인들’의 애환이 묻어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보유자 방연옥 장인에 따르면 “잘하는 분이라면 모시 한 필 제작에 필요한 모시 원사(태모시)를 짜는 데 3개월 걸리고, 이를 한 필의 포로 짜는 데 열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런 모시를 잘라 옷으로 만들 때, 한 조각이라도 버릴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조각들을 모아, 어떤 예술가들도 만들지 못하는 면과 선을 이루어 가면서 구성의 미학을 보여 주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천장에 걸린 창호의 문살 문양 조각보 92점은 가장 가는 선으로만 면이 구성될 수 있는 깨끼바느질(2장의 조각을 똑같은 시접을 두고 박고, 이 박은 자리를 꺾어 다시 박음질한 다음, 뒤집어서 시접분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다시 꺾어서 가늘게 박는 재봉틀 바느질)로 만들어졌으며, 전시장 안 사각 프레임에 전시되는 8작품은 한 조각을 감침질 손바느질(각각 조금 넓게 꺾은 두 조각을 맞대어 감침질을 한 후 뒤집어서, 한 쪽을 꺾어 나머지 한 쪽을 감싼 뒤 감침질하는 손바느질)로 만들어져 선 위의 자유로움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 준다. 면의 대조를 위해 진한 베이지색의 생모시와 물에 한 번 담가서 색을 뺀 중간 베이지색의 생모시, 그리고 표백한 흰색 모시를 이용하였고, 투명도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올이 굵은 모시부터 머리카락만큼 가는 굵기의 세모시까지 다양한 모시를 이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