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지름 40cm, 높이 19cm

우리나라 역사에서 건칠 문화(乾漆 文化)를 살펴보려고 해도 낙랑시대(BCE 108~CE 313) 때 만들어진 건칠 기법의 관(棺)과 경주 인근의 사찰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시대 때의 건칠 불상 이외에는 이렇다 할 유물이 없다. 그렇듯 뚝 끊어진 건칠 공예의 맥을 전승, 재현하려 애썼던 작가가 고(故) 강창원 장인이며, 이 분의 유일무이한 제자가 바로 정창호 작가이다.

생전의 정창호 작가는 건칠 기법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였지만 나전 분야에 있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예술적 성취감을 지녔음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건칠 과반(果盤) ‘동해(東海)’는 과기 작품에 자개를 실낱처럼 가늘게 자른 자개를 끊음 기법으로 시문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돋보이는 점은 자개를 심을 때 과반의 한가운데와 가장 자리의 크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자개를 중첩시키지 않고 똑같이 시문한 것으로, 이러한 기법은 수준 높은 조형적 솜씨를 가진 장인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감히 말하건대, ‘정창호’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실낱같은 선들이 모두 하나하나 살아 있다.

Biography

1948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2011년 폐암으로 작고했다. 1966년 고(故) 강창원 장인의 문하생이 되었고, 1968년 <동아국제미술전>에서 신인예술상을 받으며 데뷔하였다.
1976년 <제21회 국전(國展)>에서 입선한 뒤 제25~26회 국전에서도 입선하였고, 일본 <이시가와(石川) 국제칠공예디자인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여나믄 차례의 수상 경력을 쌓았다. 88서울올림픽 때 열린 기념전에 작품이 초대되었으며, 1991년에 열린 <대한민국 옻칠공예대전>의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