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 문자도 상자 가로 36.4cm, 세로 25.9cm, 높이 9.5cm

1987년에 만든 ‘나전 문자도 상자 (螺鈿 文字圖 箱子)’는 자개로 끊음질한 ‘月, 夜, 五友歌’ 등의 한자를 줄음질한 ‘강남 달이 밝아서 님이 놀던 곳’ 등의 유행가 가사와 겹쳐서 표현한 작품이다. 달 밝은 밤, 그리운 남쪽 고향을 생각하며 만든 서정적인 내용의 작품이다.

특히 힘찬 기상이 느껴지는 끊음질의 한자 표현과, 줄음질과 타발법으로 나타낸 활달한 한글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성운 작가 특유의 창의력과 솜씨로 조화를 이룬다. 배경의 옻칠 배색과 공간감에서도 치밀한 구성이 엿보인다.

그는 회화적인 느낌과 생동감을 위하여, 종이 도안을 뜨는 밑그림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그림을 그리듯 옻칠 위에 바로 나전을 붙여 나갔다. 회화 능력이 뛰어났던 이 작가만이 가능한 방법이었고 바로 그런 과정 때문에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강한 회화성을 느낄 수 있다

Biography

1933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상업고등학교(統營商業高等學校)를 졸업한 후 한국 최초의 도립 나전칠기 기술학교인 ‘도립경상남도 나전칠기술원강습소 (螺鈿漆器技術講習所)’에 진학한 것이 나전 작가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1955년 <제4회 국전(國展)>과 1960년 <제9회 국전>에 출품해 각각 입선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1986년 조선 중기의 나전 기법을 살린 나전모란 문서함으로 <동아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회화작품을 선보인 첫 번째 개인전을 1955년 통영에서 개최했으며, 전통기법을 재창조한 나전 끊음질 기법으로 파도와 갈대 등을 선보인 <제1회 나전칠공예 개인전>(서울 새로나백화점)을 1978년 개최했다. 두 번째 개인전 <제2회 나전미술 개인전>(서울 롯데미술관)은 1987년 열렸다.

1989년 정부 요청에 따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기념하는 나전함을 제작하였는데, 현재 이 작품은 ‘로마 교황청 박물관(The Vatican Museum of Rome)’에서 소장 중이다. 이 밖에도 ‘일본 시코쿠 패류박물관(The Seashell Gallery of Japan)’, ‘국립민속박물관(The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등에 소장돼 있다.

lanhee97@hanmail.net
lanhee99j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