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짜유기종 직경 63cm, 높이 42cm, 윗지름 59cm

60여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섭씨 1,300도의 용해로와 검붉은 뜨거움으로 이글거리는 화덕 사이를 오가면서 놋쇠를 단련시켜 온 이봉주 장인은 진정한 불의 지배자다. 그의 주변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커다란 놋그릇들에는 그동안 이봉주 장인이 당신의 노동 방향을 조정해 온 상상력과 침묵의 지혜들이 담겨 있다. 달구어진 쇠를 한 번에 메질할 수 있는 시간은 30~50초. 맑고 웅장한 소리를 담기 위하여 끊임없는 메질을 가하면서 마침내 완성한 좌종들에는 그가 향유해 온 생동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새겨진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18개의 종에서 울려 나오는 은은한 선율은 그가 집중해 온 세월의 무게만큼 묵직한 자세로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과 분주함에 대하여 휴식을 권한다.

이제 자연스럽고 정감 넘치는 모습의 이 놋쇠 그릇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메시지를 가득 싣고 피안(彼岸)의 세계로 무한 항해하는 구도자의 배가 되었다.

Biography

1926년 방짜 유기의 고장으로 유명한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나 1945년 정주중학교를 중퇴했다. 1948년 월남하여 서울에 있던 양대(방짜를 뜻하는 평안도 사투리) 공장에 입사하여 2년도 안 되어 원대장이 되었다.

1957년 방짜 유기 공장을 설립하였고, 1979년에는 <경기도 민예품 경진대회>에 참가하여 입선하였으며, 1982년에는 <제7회 전승공예전>에 출품하여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았다. 1983년에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으로 지정되었으나, 그 해 작업을 하던 중 눈 부상을 입어 오른쪽 눈을 실명하였음에도, 전승자로서 계승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단법인 전통공예기능보존협회’ 이사장(1988~1993년)을 역임했고, 1994년에는 지름 161센티미터 무게 98킬로그램의 세계 최대 방짜징을 만들었다. 2007년 개관한 ‘대구방짜유기박물관’에 자신이 수집하거나 제작한 유기 제품 1,480점을 기증했다. 현재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의 공방은 2003년에 마련하였고, 오늘도 이곳에서 방짜유기 기법의 원형 보존・전승에 힘쓰고 있으며, 2013년 정부로부터 방짜유기 명예보유자로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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