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제기수반 가로 36cm, 세로 57.5cm, 높이 26cm

이기조 교수는 구조적 형태(structural form)의 오브제를 보여 주는 작가다. 백자토를 사용한 판성형(slabbuilding)에 따라 만들어진 그의 사각제기 수반과 그릇은 육면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소곳한 조선백자의 각병(角甁)과는 다른 조형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이 작품들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눌러 주고, 이어 주고, 쌓아 가는 손길로 차례차례 완성해 간다는 점에서, ‘가장 비구조적인 구조적 형태의 백자를 빚는 도예라’가고 할 수 있겠다. 그는 가장 다루기 힘든 도자기인 백자를 백자답게 다룰 줄 아는 작가다. 전국 팔도에서 최고인 백자소지(白磁素地)를 만들기 위해 연구와 ‘삽질’을 쉬지 않는다. 그는 조선백자의 제기(祭器) 형태의 전통성과 정체성이 지금 시대에 맞춰 호흡할 수 있게끔 최선의 형상으로 구현한 유일한 작가다.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선백자 작가 중 한 사람인 그가 지금까지 연마해 온 에너지를 모으고 정제하여 만들어 낸 이번 전시작은 간단하되 군더더기 없는 조선백자의 조형성과 기품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조선백자에서 나타난 편평한 판과 그 판을 받치는 3개의 다리를 구조적으로 연결시킨 이 작품은 고도의 기술과 사유, 수많은 경험이 수반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결과물이다. 그 점력이 없고, 힘도 없어서, 잘 붙지도 못하는 백자토로, 속을 파내거나 면을 쳐내지도 않고, 저 크기의 제기를 만들다니! 그러나 격조 높은 조선백자의 미감이 조형적으로 표현된 이 작품이 정작 조우하는 것은 조선섬유의 자존심이요, 조선여인의 애잔한 노동과 삶을 상징하는 조각보 작업이다. 스케치나 도면 한 장 없이 완벽한 미감을 구현했던 조선시대 아낙네들처럼, 그의 작품도 즉흥성 또는 우연성과 온전히 하나 되어 흘러가는 대로 판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잇고, 다시 다음 판을 적당히 잘라서 잇는다. 이른바 ‘도자기조각보’의 탄생이다. 이로써 선비의 차가운 머리와 민초의 뜨거운 가슴이 그의 작품을 통해 하나가 된 것이다.

Biography

1959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1995년부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예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다.

1989년 첫 개인전(서울 토갤러리)에서 가진 이래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에서 12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5년 <한국으로부터 – 백자, 소파 뉴욕 2006(From Korea – White Porcelain, SOFA New York 2006)>(미국 뉴욕), 2011년 <한중 도자예술 교류전>(경기도 경기도자박물관) 및 <한국세라믹전>(벨기에 브뤼셀한국문화원 개관기념전) 등 20여 차례의 단체전에 초대되었다. 이 밖에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크리스티 뉴욕의 경매에 론칭되었으며, 2008년에는 유네스코 수공예품 인증제도인 ‘실(Seal)’을 받았다.

주요작품 소장처로는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광주조선관요박물관’ 등 10여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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